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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테마:흥(興)

다시 찾아온 인생의 봄 – ‘6090’ 청춘합창단

최고령 멤버 84세, 매주 있는 연습까지 30분 남짓 남아있었지만 6090 청춘 합창단 멤버들은 이미 연습실 자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깔깔대며 웃으시는 어르신들의 행복 바이러스는 금세 필자에게도 전달되었다. 이분들은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그저 ‘나’로서 청춘을 만끽하고 있었다.

 

 

6090 청춘합창단은 60대부터 90대 사이 어르신들을 모시고 활동하는 올해로 3년 차가 된 합창단이다. 올해는 특별히 오디션을 통해 뽑힌 새로운 멤버와 기존 멤버가 함께하고 있다. 4월부터 10월까지 연습과 공연뿐 아니라 자작곡 작사까지, 다재다능한 6090 청춘합창단을 소개하려 한다.

 

[지휘자 인터뷰 : 엄소라]

 

Q.6090 합창단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A.매년 댄싱카니발 개막식 공연을 해왔고, 작년에는 실버 페스티벌에도 나갔어요. 지난달에는 아트 마켓에서 공연을 했고, 다른 지역의 청춘 합창단과도 연계해서 각자의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Q.자작곡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A.저희는 매년 한 곡씩 저희만의 주제곡을 쓰는데, 해마다 새로운 주제를 정하고 어르신들께서 직접 주제에 부합하는 의견을 내시고, 이런 과정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작사 수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는 ‘인생은 영화처럼’이라는 주제로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Q.4월에 오디션이 있었죠. 왜 새롭게 단원들을 뽑으셨나요?

A.이번 오디션에서 떨어지신 분 중에 2년 동안 함께 하셨던 분들이 많으신데, 너무 아쉬워하셔서 저한테 개인적으로 연락도 주시고, ‘1년 동안 연습해서 가면 나 붙여줘요?’ 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런 모습들을 볼 때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저희는 단순한 합창단이 아니라 원주의 교육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해요. 또한 합창단이라는 실버 교육 프로그램은 정년이나 퇴임으로 인해 사회와의 단절을 경험하는 이들을 노래를 통해 다시 사회와 연결해주는 매개체인데, 계속 같은 사람들끼리만 한 공간에 있어 버리면 사회와의 소통은 더 어려워질 것이에요. 새로운 사람이 계속 유입되어야 단절된 것들이 이어져 나간다고 생각을 하는 교육프로그램의 취지에 맞도록 새로운 단원을 뽑았습니다. 역시 올해 10월 이번 합창단 활동이 끝나고 나면, 내년 4월에도 다시 새롭게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청춘합창단 단원을 선발할 계획입니다.

 

Q.지금까지 했던 공연 중에서 기억에 남는 공연 있으신가요?

A.저희 창단 이후 첫 공연이었는데, 조그맣고 어두운 야외공연장에서 건반 하나 놓고 했던 단출한 공연이었거든요. 게다가 관객들도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 무대가 이분들 인생의 첫 무대이셨기 때문에, 그 날 밤이 어르신들에게는 로맨틱한 기억으로 남으신 거 같아요.

 

Q.공연을 통해서 청중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이 50명의 어르신이 함께 노래하실 때 그분들의 노랫소리도 너무 중요하지만, 그분들이 이 순간을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그 표정을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이분들의 모습을 통해 노인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내 엄마, 아빠, 할머니가 아닌 그들 개인이 얼마나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고, 84세가 되어도 배움에 대한 열망이 꺾이지 않고, 그것을 실행했을 때의 즐거움이 노래를 잘하든 못하든 표정에 다 나타나거든요. 제가 농담으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제일 중요한 건 뭐? 사진! 그러니까 웃어야 해요!’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 그건 나중에 남은 사진을 봤을 때 내가 노래를 잘했는지 못했는지는 기억 못 하시지만 그것을 보면서 ‘아 내가 올해도 뭘 하나 해냈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시기 때문이에요. 관중들께서 우연히 우리 합창단의 모습을 보신다면 그런 표정에 한 번 더 박수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단원 분들께 드리고 싶은 한마디?

A.너무나 감사하고, 사랑하고, 제가 더할 나위 없이 존경하는 분들인데, 이 일이 행복하다고 표현해주시는 게 너무 좋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습하는 날을 기다리시고, 지금 수업 시간이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도 항상 반 이상이 한 시간 전에 오시고, 또 출석률이 이렇게 높을 수가 없어요. 이것들이 이분들이 행복하시다는 증거인데, 그것만으로도 이 일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지원 사업이다 보니 우리가 이 일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 날까지 최대한 행복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합창단원 인터뷰 : 강장원 & 이의랑]

 

Q.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A.안녕하세요, 저는 올해로 74세 베이스를 맡은 ‘강장원’입니다. 저는 78세 소프라노 ‘이의랑’입니다. 둘 다 3년 전, 2017년 초창기부터 활동해 왔어요.

 

Q.합창단을 하시게 된 계기는 뭔가요?

A.강장원 : 제가 중학생 때부터 시골에서 합창단을 했었고, 지금도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고 있는데, 제가 노래 부르는 걸 너무 좋아하고, 나이가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한 번 나가서 배워보자 하고 합창단에 참가하게 되었어요.

A.이의랑 : 저는 친정 부모님께서 음악을 좋아하셔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8남매가 음악 가족으로 자라왔어요. 그래서 지금도 8남매가 다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걸 좋아해요.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노래라면 어디든지 가요.

 

Q.매주 어떤 마음으로 연습에 나오세요?

A.강장원 : 3년 간 귀찮음을 느낀 적은 없어요. 현재 저는 다른 합창단에도 참여하고 있는데, 특히 여기는 안 빠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유독 마음이 끌리고, 같이 모이신 분들 간에 상당히 동질감이 작용해서 그런 것 같아요.

A.이의랑 : 저는 노래를 좋아하기 때문에 평소에도 웬만하면 빨리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오늘도 한 시간 전에 1등으로 왔어요. 다리가 성한 한 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Q.가족분들은 합창단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많이 지지해주세요?

A.강장원 : 그렇죠.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고, 제 아내와 자녀들 모두 좋아해요.

A.이의랑 : 지금 나이에 애들 다 키워놓고 둘만 살고 있는데, 집에서 소파에 앉아서 TV만 보고 있는 것보다 이렇게 나와서 친구도 만나고, 취미도 되고, 또 활동 중에 맛있는 것도 많이 먹으러 다니면서 즐겁게 놀고 하는 게 훨씬 좋아요. 이런 것들을 자녀들도 건강 차원에서 많이 지지해줘요.

 

Q.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 있으신가요?

A.이의랑 : 저희 엄소라 지휘자님이 가장 인상적이에요. 우리 지휘자님은 연세가 많지도 않으신데 정말 어른 대접을 잘해요. 저희가 잘하든 못하든 한 번도 화내는 적이 없고, 그래서 웃으면서 배우다 보니까 더 자꾸 오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평소 연습 분위기도 굉장히 밝고 즐거운 분위기에요. 발성 선생님도 연습할 때 재밌게 해주시고요. 지휘자님이랑 반주자님은 서울에서 두 시간 걸려 오시는데도 지각 한 번 안 하시고 꼭 수요일마다 제시간에 오셔서 우리를 즐겁게 해주세요.

 

Q.이번에 직접 작사를 하신 자작곡은 어떤 내용으로 만들어졌나요?

A.강장원 : 이번 주제가 ‘인생은 영화처럼’인데, 이번에는 단원들이 모여서 좋아했던 영화에 나왔던 음악을 공유하고, 주제에 알맞은 단어를 선택하고 그것을 모두가 함께 조합해서 가사로 써냈어요.

A.이의랑 : 또 이런 단원들의 아이디어를 지휘자님이 파악하시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가사를 다듬어주세요.

A.강장원 : 이런 과정을 통해 지휘자님은 연령이 높은 우리도 같이 동화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곡을 만드세요.

 

Q.이렇게 대화를 하는 내내 단원분들과 지휘자님 사이의 두터운 신뢰가 느껴져서 너무 좋아요.

A.강장원 : 네, 아무리 좋은 목소리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서로 동화되지 않고, 믿음이 없다면 합창이라는 것을 할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저희 6090 합창단은 그렇지 않고, 옆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섞이려는 그런 마음들을 모두 가지고 계시기 때문에 비록 노래는 조금 못하더라도 상당히 돋보이는 그런 합창단인 것 같아요

 

6090 청춘합창단이 직접 쓴 가사를 통해 말하듯, 그들은 긴 세월 끝에 이제 또 다른 봄을 찾아 떠나는 설렘 가득한 청춘으로 다시 거듭났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표정은 항상 웃음이었다. 나이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꾸는 그들의 청춘을 응원한다.

 

♫ [인생은 아름다워 – 2019 원주 6090 청춘합창단 주제곡]

파랑새 꿈을 그리던 설레임 가득한 너의 눈망울

무지개 너머 봄을 찾아 떠난 작고 푸른 너

따뜻한 햇빛이 널 품어주고 시원한 빗물이 스며들었고

살랑이는 바람 속삭임이 너라는 꽃을 피게 했단다

작은 시련에도 크게 일렁이던 너의 여린 마음은 헤매었고

다시 세운 길 가려 했지만 방향 잃은 나침반 재촉하는 시계가 두려워

바람에 낙엽 떨어지고 그리움이 자라며 더 비옥해져

차근차근 너라는 열매가 열렸단다

모래에 스미듯 마음 가득히 사랑 물들어 사랑 내게 밀려오네

아 돌아보니 지난 날 모든 순간 찬란히 빛나는 내가 걸어온 길 하얀 눈꽃 감싸안네

봄이 오는 것 알기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네

 

 

 

글·사진 : 권영욱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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