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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3 테마:흥(興)

치유를 위한 도심 속 여행 – 사진전 ‘청춘들의 여행일기’

‘아니 이건 어떻게 찍은 거에요?’, ‘여기는 어디예요?’, ‘이 사진은 이렇게 찍은 건가 봐’ 전시회에 발을 들인 순간 이미 그곳에서는 사진에 대한 자유로운 질문과 열띤 토론이 오가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생각하던 전시회의 모습은 아니었다. 전시회라고 하면 최대한 조용한 분위기에 작품에 무언가 숨은 뜻이 있는 것처럼 작품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그런 자리가 아닌가. 그곳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사진 전시회라는 이름이 주었던 왠지 모를 딱딱한 긴장감을 내려놓게 했다.

 

 

원주 중앙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주문화재단 창작스튜디오에서는 동호회 ‘캔디드’, ‘원주시선’, ‘스몰스멀’이 공동 주최한 사진전 ‘청춘들의 여행일기’가 열려있었다. 우선 전시장을 한 바퀴 쭉 둘러보며 사진들을 감상했다. 사진들의 내용은 그곳의 분위기처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청춘들의 여행일기가 주제인 만큼 사진 속에는 여행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세상 속 다양한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담겨있었고, 사진 아래 제목도 달려 있지 않아 내 마음대로 사진에 대해 느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어떤 곳에는 탁 트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에메랄드빛 바다는 우리나라의 것이 아닌 동남아의 어떤 휴양지처럼 보였다. 그곳이 어디든 그 공간이 주는 여유라는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또 그 옆에는 비비드한 컬러의 홍콩의 모습이 보였다. 이질적인 건물들 사이 바삐 움직이는 홍콩 사람들의 일상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딘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는 느낌이 들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날의 사진들 속에는 여행지 속 서로 교감하는 사람들, 우리가 늘 걷던 평범한 거리, 혹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 원주의 모습 등이 다양한 색감과 독창적인 구도를 통해 전달되어 때로는 호기심을 느끼게 했고, 때로는 쓸쓸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그저 쭉 사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곳에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마치 지친 일상을 위로해주는 도심 속 휴양지 같았다.

 

 

그렇게 한껏 들뜬 마음으로 전시관 지하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순간 강렬한 향기가 내 코끝을 자극했다. 그것은 달곰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향기였다. 지하 한편에는 디퓨저·석고 방향제 동호회 ‘스몰스멀’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곳에서는 간단한 석고 방향제 만들기 체험을 누구나 무료로 할 수 있었다. 석고, 오일, 계면 활성제, 물감을 섞어 내가 원하는 모양의 틀에 넣어주기만 하면 나만의 석고 방향제를 완성할 수 있다.

 

 

또, 지하에는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여행 사진 전시 작품들도 있었다. 예쁜 꽃이나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 사진 등 카메라로 정성스럽게 담아낸 특별한 추억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진 찍는 사람과 사진 너머의 사람들이 얼마나 즐거웠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이런 것이야말로 사진전 ‘청춘들의 여행일기’가 의도한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 참여 사진들>

 

전시회를 감상하고 나서 이번 전시회를 주최한 사진 동호회 ‘캔디드’ 회장 박창규 씨와 전시회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캔디드 회장 : 박창규씨>

 

Q.캔디드는 어떤 동호회인가요?

A.캔디드는 작년부터 기수제로 활동을 하는 사진 동아리입니다. 캔디드란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담아내는 사진 촬영 기법’이라는 뜻이고, ‘사진 찍는 것을 통해 나에게 솔직해지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동호회를 운영하다 보면 처음 사진을 찍으시는 분들이 사진 찍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계시는데, 저희는 셔터를 아끼지 말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많이 찍어봐야 실력도 많이 늘고, 내가 무엇을 찍고 싶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진을 좋아하는지 느끼고 깨달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저희는 본인이 찍고 싶은 것들을 찍을 것을 강조하고, 그래서 밝은 분위기 가운데 부담 없이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해요.

 

Q.특히 석고 방향제 동호회 스몰스멀과의 협업이 눈에 띄는데요, 사진전에는 왜 함께하게 되었나요?

A.이미 경험하셨겠지만, 1층에 있다가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면 향이 확 퍼집니다. 개인적으로 이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관객들이 눈으로만 전시를 보는 게 아니라 후각을 통해서 체험하고 느끼도록 하고 싶었어요. 향을 통해 직접적으로 구체적인 회상을 하게 할 수는 없지만 산뜻한 향기를 통해 기분을 환기하게 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내재한 즐거움이나 여행 가고 싶은 마음들을 자극하고 싶었어요. 또 정해져 있는 틀을 깨부수고 싶기도 했고, 원주에는 이런 경험이 드물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저희 사진전에 향기라는 표현 수단을 더하고 싶었어요.

 

Q.이 전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요?

A.요즘 여행을 계획만 하고서 못 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동호회 활동을 하다 보면 대부분 회원분들이 주로 직장인이다 보니까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 여행조차도 못 가세요. 동호회에 들어오시는 이유도 보면 사진을 배우고 싶은 것도 있지만, 이런 시간을 통해서라도 여행을 가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이렇게 우리가 안타까운 현실 가운데 살아가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와 비슷한 상황의 관객분들에게 전시회를 통해서 우리가 다닌 원주의 새로운 공간과 타지역들을 소개하며 대리만족을 시켜드리고 싶었어요. 또, 바쁜 현대 속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직장과 대인관계에서 많은 상처를 받잖아요. 저는 이런 것들도 여행으로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전시가 그런 기능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Q.시민 참여형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우리 동호회가 가 본 여행지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해드리고 싶었어요. 시민분들이 본인에게 정말 좋았고, 남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곳이 있다면 공유하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최근 다녀온 여행지나 여행했던 곳 중 특히 좋았던 곳이 있으면 저희가 전시를 곧 하는데 사진을 주실 수 있냐고 길거리에서나 지인분들에게, 온라인 홍보를 통해서 요청해서 70점 정도 전시를 하게 되었어요.

 

Q.여행이란 무엇일까요?

A.제가 생각하는 여행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각자에게 다른 방법으로 치유를 줄 수 있는 치유제인 것 같아요. 여행을 통해서 보게 되는 하나의 대상은 누군가에게는 과거를 회상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쌓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잖아요. 형태가 어떻든 각자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이 그 사람에게 기분 좋은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은 치유제인 것 같아요.

 

Q.작가님은 이번 전시에 어떤 사진들을 담아오셨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사진들을 찍고 싶으세요?

A.저는 원주 내 골목 위주의 사진들을 찍어왔어요. 저는 원주에 대한 추억도 많고, 애착도 크거든요. 예전에 할머니와 함께 살던 원주의 옛 감성과 향수, 그리고 원주의 새로운 모습들까지 원주의 많은 것들을 담고 싶어요. 또 앞으로는 강원도 외에 여행을 많이 못 다녀봐서 개인적인 목표는 국내에서 자연경관을 많이 찍어보고 싶어요. 요즘은 인제 자작나무 숲이나 경주의 모습들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앞으로 추가 전시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A.당장의 계획은 없지만 많은 분이 이번 전시에 공감해주시고, 신기해 해주시고, 질문도 해주시고, 같은 사진도 다르게 느끼시는 것을 보고, 보람도 있고 뿌듯한 마음이 들어서 또 해보고 싶어요.

 

 

글·사진 : 권영욱 청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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