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화재단페이스북인스타그램검색

vol.3 테마:흥(興)

청춘, 지금만 할 수 있는게 있다면(금대계곡을 가다)

빚더미 청춘, 과열 청춘

 

[매년 돌아오는 여름임에도 바다 한 번을 제대로 가지 못한 게 몇 번인가.

바다는 고사하고 동네 수영장도 못 가는 현실을 바라보며 오늘 아침도 청춘, 그 중에도 대학생만이 할 수 있다는 인턴쉽 프로그램을 이수하러 출근한다. 업무 시작 전 보게 된 SNS 스타의 게시글에는 푸른 바다와 맥주 한 캔이 있다. 좋겠다. 하트를 꾹 누른다. 화면 안의 엄지손가락은 다 좋다며 하늘 위로 치켜올렸는데, 화면 밖의 엄지손가락은 미적지근한 핸드폰 화면이나 비비고 있다. 전해지는 건 기계가 주는 찝찝한 열기일 뿐. 에어컨은 20도를 향해 가는데 난 덥다]

 

한동안 청춘 붐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음에 대한 예찬이 지나치던 때가 있었다. 청춘은 너무나 아름답고 빛이 나며, 생명력이 넘치는 그 순간들을 헛되이 보내는 거야말로 젊음에 대한 죄악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다들 뭐에 씐 듯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진흙밭에 굴려져도 하하 웃으며 ‘이래야 청춘이지!’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청춘에 대한 시선은 여전하다. 아니, 예부터 항상 그랬다. 청춘은 늘 누려야 할 책임이 있다.

 

위시리스트도 버킷리스트도 해결해야 할 ‘빚’.

 

빚더미 청춘들은 요즘 이런 말을 한다. 뇌에 힘주라는 말. 뭔가 할 때 정신 차리고 긴장해서 일을 똑바로 하라는 의미이다. 나는 이 말이 좋아서 한동안 많이도 쓰고 다녔다. 뇌에 힘 딱주고 수업도 듣고 공부도 하고 과제도 하고 일도 했다. 청춘답게. 힘 있게.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근데 너무 힘 있게 살았었나 보다. 나는 마음이 간질간질 답답하고 생각도 잘 안 되는 게 꼭 쥐가 난 것처럼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했고 행동은 둔탁해졌다.

청춘이니까. 청춘답게 살아보려 했는데, 도리어 그것이 나를 좀먹고 있었다.

한참을 냉방기쿨러 시끄럽게 돌리며 열 내던 컴퓨터가 갑자기 꺼지듯 나는 모든 게 다운되었다. 기력을 다 써버린 듯 누가 봐도 지쳤었다. 지금, 이 순간에만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청춘답게 손에 안으려 했는데, 뭐가 부족했던 것일까?

 

청춘, 지금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나는 좀 쉬어야 했다. 과 부화한 머리를 식힐 쉽고 간단한 방법을 찾다 계곡에 가기로 했다.

계곡을 가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바다는 시외버스 타고 강릉이나 가야 갈 수 있지만, 계곡은 원주에도 있기 때문이다. 차도 없고 바쁜 내게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시외버스를 타고 도착해 또 30분, 40분 강릉 시내버스를 타고 바다에 가기보다는 집과 시내에서 제대로만 탄다면 한 시간 내로 도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계곡이다. 휴대용 선풍기와 대중교통이 함께하는 청춘 코스. 한 손에는 충전 넉넉히 한 휴대용 선풍기. 한 손에는 핸드폰 지도를 들고 생전 가보지도 않았던 계곡을 향했다.

원주에는 계곡이 크게 용수골, 금대, 천은사, 백운, 행구동, 용수동, 덕동계곡이 있다.

그 중에도 이름이 있는 곳은 용수골, 금대, 천은사 계곡이 있으며 외에도 두리 캠핑장이 있다. 전부 시내와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백숙과 오리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들도 모든 계곡에 있고 펜션도 있어 당일치기 혹은 주말에 1박 2일로 가기에 좋다. 바쁘고 자본이 적은 청춘들에게 원주의 여름을 만끽할 좋은 기회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 하다가 급하게 일정을 짠 나는 내가 사는 곳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계곡을 가기로 생각했다. 우산동에서 버스 노선이 가장 많은 계곡은 강원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에 있는 금대계곡으로 치악산국립공원 내에 있는 계곡이다. 산과 닿아있어 많은 사람이 찾기도 하며 주차장과 오토캠핑장 시설 또한 잘 갖추어져 있다고 한다. 특별한 시설을 이용하진 않지만 부담 없이 거기에 가자 좋은 곳이었다. 쉽게 잡아탄 버스 안에서 흥겨운 노래를 들으며 이동했다. 집 근처와 시내를 벗어나 산, 그리고 산밖에 보이지 않을 즘 난 청량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노래 몇 곡이 지났을까, 옆자리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고 버스가 한산해질 즘 내렸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치악산 금대계곡입니다.’ 입구에서부터 지도가 가리킨 방향은 도보로 15분. 내 걸음걸이로 가면은 족히 20분을 걸어야 할 거리였다. 노래도 틀고 흥얼거리며 목적지를 향했다. 땀이 날 정도로 더웠지만, 곧 돌 사이사이를 흐르는 계곡물을 생각하면 땀쯤이야.

 

 

도착하고 보니 계곡물은 생각보다 많이 차 있었다. 한동안 비가 내리는 듯 마는 듯했어도 물은 가볍게 놀기 딱 좋은 정도였다. 발이라도 담글까 신을 벗어보려니 비가 내린다. 기껏 도착하니 비가 내린다. 심란해졌다. 이때만 해도 제대로 계곡을 즐기지 못할 거라는 강박감이 생겼다. 옆을 보니 두셋의 청년들이 모여서 떠들고 있었다. 샛길 옆에는 한 가족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놀고 있었다. 저들에게 비가 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정말 지금을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청춘다운 것은 오히려 저런 것이 아닐까? 목적에 구애받지 않으며 비가 오는 계곡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 수 있는 게 지금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달리 먹기로 생각하자 오늘 이 계곡을 찾은 게 잘한 일이다 싶었다.

 

 

청춘은 가끔 전원을 끌 필요가 있다.

 

현대의 청춘들은 너무 과열되어있지 않나 생각한다. 일하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즐기는 것도 본연의 의미보다는 표면적인 것들에 집착해 날이 서 있고, 비교하게 되며 자신을 강박에 넣는 모습들을 종종 보곤 한다. 나 또한 그러한 청춘이었다. 내가 그랬듯 그런 청춘들은 언젠가 과열되어 뚝 끊길 것이다. 팽팽해졌던 무언가가 끊기고 난 후의 마음을 다잡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며 많은 지금을 필요로 한다. 때때로 청춘들은 힘주고 있던 머리의 전원을 잠시 꺼둘 필요가 있다. 이 글을 쓰며 나는 원주의 많은 청춘이 편한 방법으로 목적 없이 원주의 여름을. 지금을 즐기기를 바란다. 오늘 내가 중요한 것 하나 없이 휴대용 선풍기 하나와 핸드폰, 지갑만을 들고 길을 나선 것처럼.

 

글·사진 : 이하경 청년기자

목록보기